2011.03.12
덕암사 가는 길
전 순 영
아카시아 꽃이 흰구름이듯 피어나는
북한산 계곡
구슬빛 맑은 물이 노래하고 있었다
바위가 우뚝 막아서면 살며시 휘돌아 나오고 돌들이
밀어닥치면 갈래갈래 나뉘어 나랑 가자 나랑 가자
하다가 버드나무가 머리 풀고 다가서면 머리카락 사이
사이로 사르르 빠져나온다 절벽 앞에서는 고개 숙이고
엎드려 내려오면서 성난 돌 잘난 돌 못난 돌 동글 납작
하게 쓰다듬어주는 물, 평지에 모여들면 부딪치고 멍든
자욱 서로 어루만지며 어둡고 좁은 내 귓속으로 천천
히 들어온다 막혔던 고막을 뚫어주고 허파에 낀 거품
도 걷어내주고 덕지덕지 눌어붙은 부끄러운 때자국을
하나 둘 닦아내며 새소리 우거진 덕암사에 오르니 대
웅전이 동굴 속에 있었다 대웅전 안에는 연꽃이 가득
출렁이고 있었다 그 연꽃 속에 서 있는 마알간 촛불
앞에 좌정하고 명상에 계신 부처님
大一加來
그렇지, 眞言密敎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지
저마다 지닌 동굴 속에 촛불 하나 켜놓고 바라보면
빛이 들어오는 소리
꽃이 피어나는 소리
덕암사 너른 마당 한 편의 장독들이 물질과 마음이 따로 없다는 듯 의상봉 능선에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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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이 많았던 북한산은 무심히 놓인 디딤돌하나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어느 사찰에서 나온듯한 돌들이 구르고 굴러 애틋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산길에서 발걸음을 느리게 하여 빠르지 않게 하는 호흡은 무심결에 산과 하나가 되게 하며 햇살이라도 아늑하게
내려 않으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누이처럼 진여 실상의 법어를 느끼게 만든다.
터져 나오려는 봄은 숨죽인 웃음 같다.
덕암사 입구길이 오붓하다.
바위가 무슨 덕이 있으랴 싶지만 사찰을 세우니 그 공력이 대단하다.
어둠에 길을 잃고 처음 만났던 덕암사. 부드러운 능선에 포근히 자리 잡아 앞으로는 의상봉까지 품는 듯 품 안이 넉넉하고
멀리 미륵불까지 보여 중생을 굽어 보는 부처가 아니라 고달픈 중생이 보지 못할까 염려하는듯하다.
색이 다른 바위가 비탈에 얹혀 있어 힘껏 밀어 보았지만 움직이지 않아 돌에 돌을 세워본다.
내 생각에는 좌측 원효사를 지나 절벽의 윗부분 솔숲길로 가로질러
튀어나온 원효암밑으로 돌아 원효봉을 오를 예정이었다.
계속 능선을 가로지를 생각을 하면서 길의 흔적이 보이면 들어가 보지만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고
어느 길은 빈터에 어느 사찰이었을 터에 기왓장만 올려져 있다.
낙엽에 길이 묻혀 있어도 길은 본능적으로 보이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은 전부 편하고 위험한 곳을 피해 가는 속성이 같기 때문이고
산의 길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 없다.
절벽의 바람이 차갑게 치고 오는데도 잎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 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구절에 충격을 받고 마침내 새벽에 방안의 촛불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크게 깨달은 성해는
무엇을 본 것일까........
길이 있음 직한 곳으로 들어가 막히면 위에서 내려갈 생각으로 올라가 옆길을 뚫어 보지만 전부 절벽에 막힌다.
원효암을 넘어 옆길로 들어서자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릿지인들을 만나 따라 오르니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길을 걷게 되었고 바로 원효봉 정상이다.
저분은 좌측의 3분을 따라가지 않고 계속 힘든 길로 릿지를 하는데 염초봉을 지나 백운대로 향한다.
어느 곳이 길일까 생각하니 내려오는 내내 원효봉을 바라보게 되는데 , 옆길로 들어가는 곳마다 아름다워 그토록 오래 다녔건만,
산은 거기에 원래대로 머물러 산은 산이었지만 나는 지금껏 어느 것을 보았는지 기막힌 노릇이다.
노적봉에 나폴레옹 모자가 있다고 하여 등산시마다 유심히 보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모습이다. 상원사 밑에서 제법 흥이 나서 비탈진 암벽으로만 걷다 보니
보인다. 한걸음만 벗어나면 보이는 것을 제자리에서 용맹정진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을 볼까 하여 실소를 하였다.
아래는 숨은 그림 찾기 코너이다 지금 보이는 사진에 몇 명의 등산객이 있을까?
조금만 늦게 왔으면 저들과 함께 갈 수 있었던 것을 내가 주저했던 길을 , 길이 없으면 만들고 철벽이 막으면 타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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