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안의 잔잔하게 정겨운 모습입니다.
시인은 세종문화회관 전시의 색상도 이것으로 하고 책자도 이색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의 사진은 언어를 함축한 시가 있어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을 깊게 합니다.
크리스토발 언덕의 빈민마을
페루의 수도 리마의 달동네 산 크리스토발.
자기의 땅에서 뿌리뽑혀 나온 원주민들은
거인 비탈에서 서로 어깨를 기대며 산다.
채색한 집들의 화려함 속에 슬픔을 감추고서,
세계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은 밀리고 떠 밀려
가장 낮은 늪지나 가장 높은 달동네에 산다.
이곱 식구가 사는 세평짜리 집
페루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원주민이지만
정치 경제의 실권은 소수 백인이 장악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일자리를 찿아 대도시로 빨려 들어 왓지만
대부분 월 100달러도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간다.
라마 외곽의 산비탈에 주민들은 손수 집을 짓고 산다.
양극화의 벼량 끝에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터
"축구도 하고 싶고 달리기도 하고 싶어요"
70여 명의 아이들이 사는 가파른 산 동네에는
평평한 공터도 없고 나무 한 그루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와 무거운 물통을 들고
수백 개가 넘는 계단길을 걸어 집안일을 돕는다.
원주민 아이들의 앞길엔 비타만 놓어 있지만
그래도 심장은 가인하고 우정만은 단단하다.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간다.
하얀 입김을 날리며 깨어나는 안데스의 아침
만년설산의 산정 하나는 수많은 산맥을 이루고
흘려보낸 물줄기는 인간의 대지를 루르게 물들인다.
대대로 산정 비탈밭을 일구며 살아간는 사람들.
대지의 순환처럼, 빛나는 소박한 삶은 눈이 시리다.
"날마다 태양만 떠오르면 우리는 살아가지요"
그라시아스 알라 비다.
오늘은 두레 노동을 하는 날,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는 숨 가쁘지만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돌려 마시며 잠시 만년설 바람에 땀방울을 씻는다.
힘들 때 서로 기대는 인정이 살아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살아있기에
거친 일터에서도 젊은 남녀의 노래 소리와 풋풋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나무가 있는 집
해발 4천 미터를 넘으면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데
놀랍게도 만년설산 아래서 나무가 자라고 있다.
혹독한 기후와 풍토속에 몸을 비틀며 자란 나무는
대를 이어 가꾸어온 이 집안의 자랑거리다.
얼마나 많은 해와 달 아래 이 나무에 등 기대고 앉은
사람들의 한숨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흘러갔을까.
안데스 고원의 들녘
붉은 십자가
십자가 위에 내걸려 치욕 속에 죽어간
한 청년의 최후의 울부짖음처럼 붉은 벽에 걸려 있는 붉은 십자가.
사랑하지 않는 심장은 죽은 심장
피흐르지 않는 가슴은 죽은 젊음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고 걸어가는 자들이니,
그대 사랑의 상처가 잉태의 자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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