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4
오늘 산사원을 가게된것은 며칠 전 읽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지음과
The 희망-송진구 지음에서 본 글로 인해서 이며 글에서 본 아름다운 질감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이다.
마포에서 일산 도시 고속화 도로를 타고 퇴계원 ic로 빠져 총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이다.
우측의 술 박물관은 현관 초인종을 누르면 들어오라는 음성이 들리고 요금은 1층 관람후 지하 무료 시음장에 들어가서 2천원을 내면 된다
전시는 하지만 행여 다칠세라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알겠으니 만지지 않는게 예의죠. 회사에서 타부서가 자재과에 요청시
항상 서두에 긴급 .초지급, 대지급이 일상처럼 붙어 있어 초지급이나 대지급은 보통이고 더 급하면 초초초 , 대대대를 몇개 더 붙여
초초초 지급이라고 하니 메일이 그렇게 도착하는데 ,조심해서 만지면서 느껴 보시고 파손시 200만원 변상해야 합니다. 라고 해도 좋을것 같다.
본죽 사장실에 있는 저울과 같은것으로 어려운 시기를 마음에 새기고 넘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둔다고 하여 눈에 들어왔다.
뒤뜰안 정갈하고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은 장독대 그리고 그위에 줄지어 앉은 독개그릇들의
차림새나 그 언저리에서 풍기는 장 내음만 가지고도 그 주부의 살림 솜
씨나 그 집안 가도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말하자면 장독대는
마치 뒤뜰 안에 자리 잡은 그 집안 가도를 보이는 보임새 같은 것이기도 해서
예전부터 한국의 주부들은 이 장독 치레를 자랑 삼아 왔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지음에서
참 탐나는 쌀 담는 뒤주이다.
실제 들어봐서 ,해방 되고도 얼마나 감시가 심했는지 알고 있어서 인지 일제가 정신의 맥을 끊은것과 가난의 어쩔수 없음이
우리를 더 가난하게 만든것을 느낀다.
많은 술잔 중 내가 고른 우측의 담백한 잔.
예전의 냉장고
내공이 깊어지는 주협소설.
일제 시대의 술 상표라고 하는데 기억 나는게 하나도 없다.
도톰하다 가늘어지는 술명의 목을 바라보니 정자에 바람이 솔솔 부는것 같다.
복도를 따라 돌면 지하 시음장으로 가는 동선이 이어진다.
시음장전경으로 판매되는것은 시중보다 10%가 저렴하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막걸리와 또는 톡 쏘는 탄산이 들어가 있는 발효주,약주등 수십가지의 술을 얼마든지..정말 얼마든지 마실수 있는데
옆의 젊은 관람객 부부는 미리 조사를 하고 와서인지 취하도록 마시는데 입장료 2천원의 몇배는 마신것 같고 ,입장료 지불 할때 작은 산사춘도 한병준다.
지게미로 만든 무료 안주들.
마음에 들게 고른 봄철의 안주상.
오매락퍽? 맛있서 놀라고 먹고나면 즐겁게 퍽 하고 편하게 가나보다.
밖으로 나서는길 계단의 항아리들
술마시고 즐거워하는 오리들 같다.
수수가 익어 가고 있다.
길건너 술 만드는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웃통도 벗어 재끼고 쌀을 받고 있다.
봄가을 시루고사 때면 주부는 의레 이렇게 장독대 앞에 손을 싹싹 빌면서 글 외듯 하는
무당의 고삿말을 마음속으로 새겨보기도 하고,
괴로움이나 절절한 소원이 있을 때면
정화수 한 그릇 장독대에 바쳐 놓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우러르기도 했다.
뜰이 넓은 집이면 이 장독대 둘레에는으레 봉선화나 양귀비꽃 같은 키 작은 풀꼿들을 가꾸고,
아침마다 한 번씩은 물걸레질 해야만 마음이 개운해질 만큼 장독들은 아낙네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장독들은 해묵은 놈일수록 은근하고 젊잖아 보이고 행주질을 많이 받는 놈일수록 길이 들어서
야릇한 윤기를 더하고 소리 없는 즐거움을 주인에게 히죽이 표시한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지음에서
일꾼인듯한 아저씨가 사람들이 통과하지 못하게 바짝 붙여 놓은 항아리틈으로 이리저리 빠져 나가신다.
-서정주의 시 기도 -
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헹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주여(저는 이렇게 밖엔 당신을 부를 길이 없습니다.)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한국은 남이 안가진 독개그릇을 지닌 은근한 행복에 자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독대에는 비록 함박쏯처럼 화려하고 푸짐한 즐거움은 없다하나
햇살을 받은 장지문이 지닌 은은한 한지의 멋 그리고 삼베 생모시 같은 소박하고도 정다운 아름다움이
오지 독개그릇이 지닌 착하디 착한 아름아움과 어울려 함께 살고 있다.
한국의 독개 그릇은 그리 서러울 것도 그리 즐거울 것도 없이 한국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고 같이 살아간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지음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동선은 얕으막한 언덕을 지나 연못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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